혈액검사 결과지에서 'Alb' 혹은 '혈청 알부민' 수치가 낮게 나오면 덜컥 겁부터 나기 마련입니다. 전문 병원 사이트처럼 딱딱한 설명이 아니라, 왜 이런 수치가 나왔고 어떤 질환을 의심해야 하는지 실제 임상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병리적 기전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본격적인 질환 분석에 앞서, 내 알부민 수치가 정상인지 아니면 위험 수준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아직 정상 범위를 모르신다면 아래 글을 먼저 읽고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혈청 알부민 농도 하락이 우리 몸에 보내는 경고
혈청 알부민(Serum Albumin)은 간에서만 유일하게 생산되어 혈액으로 방출되는 단백질입니다. 우리 혈액 속 전체 단백질의 약 60%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죠. 이 단백질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혈관 안의 수분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잡아주는 '교질 삼투압' 유지입니다. 만약 혈청 알부민 농도가 낮아지면 혈관 밖으로 수분이 빠져나가 부종이 생기고, 신체 각 장기로 영양소와 호르몬을 배달하는 '운반 기능'에 차질이 생깁니다.
의학적으로 저알부민혈증은 크게 '간에서 못 만들거나', '어딘가로 새거나', '염증으로 소모되거나' 이 세 가지 상황 중 하나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제부터 각 장기별로 어떤 질환들이 혈청 알부민 수치를 떨어뜨리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간 기능 부전과 혈청 알부민 합성 능력의 상관관계
혈청 알부민의 유일한 '제조 공장'은 간입니다. 따라서 간세포가 건강하지 못하면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혈액 속 알부민 농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간경변증(간경화)과 만성 간염
간경변증은 간세포가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가 진행된 상태입니다. 알부민을 만들어낼 건강한 세포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혈청 알부민 수치는 간 기능을 나타내는 매우 정밀한 지표가 됩니다. 특히 수치가 3.0g/dL 이하로 장기화되면 복수(배에 물이 차는 현상)가 발생할 위험이 비약적으로 높아집니다. 이는 간의 합성 능력이 한계치에 도달했음을 의미합니다.
전격성 간부전 및 급성 간손상
약물 부작용이나 독성 물질, 혹은 급성 바이러스 감염으로 간이 갑자기 기능을 멈추면 혈청 알부민 수치도 영향을 받습니다. 다만 알부민의 체내 반감기가 20일 정도로 길기 때문에, 수치 하락은 간 손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장 질환으로 인한 혈청 알부민의 과도한 유출
정상적인 신장은 알부민과 같은 귀한 단백질을 소변으로 내보내지 않습니다. 사구체라는 필터에서 이를 걸러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필터가 고장 나면 혈청 알부민 수치는 걷잡을 수 없이 낮아집니다.
신증후군 (Nephrotic Syndrome)
사구체의 여과 장벽이 심각하게 손상되어 하루 3.5g 이상의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상태입니다. 생산량보다 소실량이 많아지면서 혈청 알부민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우리 몸은 이를 보상하기 위해 간에서 지질을 과잉 생산하여 고지혈증까지 동반되곤 합니다. 전신이 심하게 붓는다면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신장 질환입니다.
당뇨병성 신증 (Diabetic Nephropathy)
만성적인 고혈당이 신장 미세혈관을 파괴하는 당뇨 합병증입니다. 초기 '미세알부민뇨' 단계를 거쳐 단백뇨가 심해지면 혈청 알부민 수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만성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신장 질환에 대한 더 자세한 의학적 메커니즘은 대한신장학회의 자료를 통해 전문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화기계의 이상과 혈청 알부민의 흡수 및 소실
단백질 음식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장에서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장으로 알부민이 새어나가는 질환도 존재합니다.
단백 소실성 위장증 (Protein-Losing Enteropathy)
장 점막의 염증이나 림프관 폐쇄로 인해 혈액 속 알부민이 위장관 내로 직접 유출되는 병태입니다.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에게서 흔히 관찰되는데, 간과 신장이 멀쩡한데도 혈청 알부민 농도가 낮다면 이 경로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흡수 불량 증후군 및 췌장 기능 부전
췌장염 등으로 인해 단백질 분해 효소가 부족하면 아미노산 공급이 차단됩니다. 알부민을 만들 '재료'가 공급되지 않으니 간에서도 수치를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전신 염증 및 악성 종양이 혈청 알부민 수치에 미치는 영향
특정 장기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전신적인 염증 반응이 혈청 알부민 농도를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급성기 반응과 패혈증 (Negative Acute Phase Reactant)
심한 감염이나 패혈증이 발생하면 간은 알부민 생산을 뒤로 미루고, 염증 대응 물질인 CRP(C-반응성 단백)를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이를 '부적성 급성기 단백질' 반응이라고 합니다. 이때 혈청 알부민 수치가 낮아지는 것은 영양 부족보다는 몸속의 염증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악성 종양(암) 및 암성 악액질
암세포는 체내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고 전신 염증을 유발합니다. 암 환자의 혈청 알부민 수치는 항암 치료를 견딜 수 있는 체력을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며, 수치가 높을수록 치료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질환별 혈액 수치 변화에 대한 전문적인 가이드는 MSD 매뉴얼에서 더 상세히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혈청 알부민 수치 낮음 원인 감별을 위한 체크리스트
단순히 결과지의 숫자만 볼 것이 아니라, 의료진은 원인 파악을 위해 다음과 같은 추가 지표를 함께 검토합니다.
- 소변 검사(Urine Protein): 다량 검출 시 신장(사구체) 손상 가능성
- 프로트롬빈 시간(PT): 혈액 응고 시간 지연 시 간 합성 기능 장애 의심
- 콜레스테롤 수치: 알부민은 낮은데 콜레스테롤이 높다면 신증후군 가능성
- A/G 비율: 글로불린 수치가 높다면 자가면역 질환이나 만성 염증 고려
결론적으로 혈청 알부민 농도의 하락은 단순히 고단백 식단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닐 때가 많습니다. 간, 신장, 장관 중 어디에서 '생산 장애' 혹은 '누출'이 일어나는지 정확한 감별 진단이 치료의 시작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